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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가을비

by 링마이벨 2022. 1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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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재촉하는 비 대개 재촉이라는 표현이 들어갔던 50~80년대의 형님들 얼마나 시간에 쫓겼으면 아무 생각 없이 지나가는 비가 가을을 재촉한다라는 표현을 썼을까? 가을이라는 이정표로 향하는 항상 목표가 있었고 목표 지향적이다 보니 시간을 향했던 마음이 비로 이렇게 표현을 했던 것이다.

잘은 모르지만 영어의 fall이라는 것도 어찌 보면 봄, 여름이 생성을 위한 결실이었던 반면 자연은 바로 수확물을 떨구고 들판과 나무를 원래 상태로 돌려보냈던 것이다. 

'0'으로 시의 시간을 준비했던 것 굳이 봄 여름에 치장을 했던 것을 벗어버리고 나신으로 돌아가 자기를 성찰하게 한 것이다. 왜 낙엽을 fallen leaves라는 표현을 하게 된 것 또한 보면 떨어지는 것이 추락하는 단계라기보다는 다음 단계로 가는 성숙한 추락으로 이해되는 것이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라는 의미와 일정 부분 상통해 보인다. 어원으로 보면 jump라는 의미에 가까워 보인다. 떨어져서 0이 돼기보다는 떨어져야 낙하산이 펴지는 것처럼 새가 처음으로 허공에서 비행을 시작하는 첫 도약 같은 느낌으로서 가을인 것 같다. 어지 보면 계절은 삶에 있어 하나의 양념과 같은 것이다. seasioning이 양념이라는 말처럼 계절은 인간에게 양념과 같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은 삶을 더 살찌우고 더 성숙하게 만드는 그런 양념과 같은 것이다. 그중에서도 가을은 내가 정말로 좋아할 수밖에 없는 양념이다. 

가을은 살짝 발을 담그는 느낌이다. 페인트에 커다란 붓이 들어가는 느낌 초콜릿에 빵이 들어가는 목욕통에 물이 서서히 차오르는 느낌 발끝을 채우고 가슴 위로 천천히 올라오는 따스한 목욕물을 대하는 느낌이 난 가을이라고 본다. 바로 그 계절의 전령처럼 비가 오고 어제 입었던 반팔과 반바지에 소름이 돋는다. 부산스럽게 서랍을 뒤져 긴팔과 긴바지로 갈아입고 외출을 해본다. 우산을 쓰고 우산에 부서지는 빗방울을 보면서 동네를 한 바퀴 돌아본다. 길 위에는 이미 은행알이 부서지고 뭉그러져 봄여름 실컷 먹은 숙취를 토해내고 낙엽이 이제는 그 흔적들을 살짝 덯어놓았다. 가을은 그대로의 모습들을 보여주고 숨켜놓았던 아픈 상처들을 쏟아낸다. 그 모습이 어떻게 보이든지간에 아름답던 추하던 상관없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토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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