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원 여러분
여러분만이 아니라 모든 인간에게 적용되는 말이지만 의심스러운 일에 결정을 내려야 할 때는 증오나 우정, 분노, 자비 같은 감정은 잊어버리는 것이 정당한 태도라 생각합니다. 베일에 가려진 진실을 확인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특히 그것이 한때나마 사람들에게 만족을 주고 공동체에 이롭다고 여겨지는 경우에 더욱 그렇습니다. 이성에 무게를 두면 두뇌가 주인이 됩니다. 하지만 감정이 지배하게 되면 결정을 내리는 것은 감성이고 이성이 끼여들 여지가 사라집니다. 여러분은 역사를 상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많은 군주와 많은 민족이 분노나 자비에 사로잡힌 나머지 멸망했습니다. 그보다도 내가 기쁨과 긍지를 가지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 조상들이 한 일입니다. 우리 조상들은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공정한가 아닌가에 따라 매사를 결정했습니다. 마케도니아 전쟁당시의 페르세우스 왕에 대해서도, 번영하고 있던 로도스섬의 반항에 대해서도 공정성을 기준으로 처리했습니다. 우리조상들은 전쟁이 끝난 뒤에도 그들을 벌하지 않았습니다. 왜냐면 전쟁을 일으킨 것 자체만으로는 아무도 처벌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세차례에 걸친 포에니 전쟁에서도 우리 조상들의 대처 방식은 마찬가지였습니다. 카르타고인들은 조약을 자주 위반했지만, 극형을 당한 경우는 없습니다.
그래서 하는 말이지만, 우리는 지금 조상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대처방식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렌툴루스를 비롯한 자들의 어리석은 행위에 대해서도 증오가 아니라 우리가 가진 명예에 대한 긍지로써 대처해 주시기 바랍니다. 문제는 그들의 행위에 타당한 형벌이 무엇인가 하는 것인데, 그들의 죄는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무겁기 때문에 이런 경우야 말로 기존 벌률의 테두리 안에서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발언하신 분들은 신중하게 말을 골라 하면서도, 우리 공화국이 직면해 있는 위험을 분명히 설명해주셨습니다. 전쟁이 일어났을 경우의 잔혹함, 패배자의 운명, 납치당할 처녀나 소년들, 어머니 품에서 납치당할 젖먹이들, 승자의 변덕에 먹이가 될 부녀자들, 보물을 강탈당할 신전들, 요컨대 무기와 피와 눈물밖에 없는 상황을 마치 눈앞에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보여주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발언의 진정한 목적은 무엇입니까? 우리로 하여금 음모를 더욱 증오하게 만들기 위해섭니까? 실제로는 아무일도 하지 않은 자들에 대한 두려움, 그들이 저지를 것이라고 예상되는 사태에 대한 두려움을 부추기기 위해서입니까?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만약 그렇다면 인간은 자신의 언행을 부끄러워할 수밖에 없으니까 말입니다.
하지만 의원 여러분, 모든 인간이 언행의 자유를 평들하게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회 밑바닥에 살고 있는 천민이라면 분노에 사로잡혀 행동하는 것도 용납될 것입니다. 하지만 사회 상층부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행동을 변명하는 것은 용납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위로 올라갈수록 행동의 자유는 제한됩니다. 지나치게 친절해서도 안되고 지나치게 미워해서도 안되며, 무엇보다도 증오에 눈이 멀어서는 절대로 안됩니다. 걸핏하면 화를 내는 보통 사람의 성질은 권력자의 경우에는 오만이 되고 잔혹함이 되는 법입니다.
의원여러분, 나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모든 형벌은 당사자가 저지른 죄에 비해 좀 가벼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나중에 가서야 이것을 깨닫게 마련입니다. 형벌에 관해 논의할때 사람들은 흔희 죄의 본질은 잊어버리고, 형벌에 관해 논의할 때 사람들은 흔히 죄의 본질은 잊어버리고, 형벌 자체가 무거우냐 가벼우냐 하는 것밖에는 생각지 않게 됩니다.
재능이 뛰어나고 가치있는 인물로 널리 인정받고 있는 실라누스의 견해가 애국 충정에서 나온 것임은 나도 의심치 않습니다. 증오에 눈이 멀지 않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피력한 의견이라는 것도 의심치 않습니다. 나 자신도 그의 공평무사한 성격을 잘 알고 있습니다.
실라누스 차기 집정관, 물론 당신은 이번 사건이 국가 전체에 공포를 주었을 만큼 큰 일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그런 국형을 요구했겠지요. 그것은 나도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자리에서 불안을 토의하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현직 집정관의 과감한 조치 덕분에 설령 무장봉기가 일어났다 해도 거기에 대한 대책은 이미 끝났으니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