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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바람의 집

by 링마이벨 2019. 4.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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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집 / 이종형
 
당신은 물었다
봄이 주춤 뒷걸음치는 이 바람,
어디서 오는 거냐고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4월의 섬 바람은
수의 없이 죽은 사내들과
관에 묻히지 못한 아내들과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잃은
아이의 울음 같은 것
 
밟고 선 땅 아래가
죽은 자의 무덤인 줄
봄맞이하러 온 당신은 몰랐겠으나
돌담 아래
제 몸의 피 다 쏟은 채
모가지 뚝뚝 부러진
동백꽃의 주검을
당신은 보지 못했겠으나
 
섬은 오래전부터
통풍을 앓아온 환자처럼
살갗을 쓰다듬는 손길에도
화들짝 놀라 비명을 질러댔던 것
 
4월의 섬 바람은
뼛속으로 스며드는 게 아니라
뼛속에서 시작되는 것
 
그러므로
당신이 서 있는 자리가
바람의 집이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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