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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by 링마이벨 2022. 10.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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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맥으로 한껃오른 취기를 온몸에 휘어감고 몸에 잘 어울리지도 않은 옷을 입고 지하철에 오른다. 입술에는 골뱅이 무침 매운 소면으로 입이 얼얼하고 입술은 말라 쇳바닫이 연실 위로 낼름낼름 거린다. 오늘도 흰 와이셔츠 세번째 단추 좌측에는 형체를 알수없는 연체동물과 우측에는 핏빛 땡땡이로 멋을 내다. 적절하지 못한 맥박과 더욱더 어울리지 않는 눈빛으로 2호선 순환선에 오른다. 데님 골짜기로 아주 정교하게 들러붙은 고추장 양념을 지우려는 일념으로 비비고 비비고 하는 사이 지하철은 종합운동장을 지나친다. 학생때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며 어머니를 볼 마음에 집으로 가던 버스를 탔던 동서울시외버터미널을 향해 간다. 눈은 게슴츠레하고 더욱더 눈꺼풀은 무거워지면서 눈썹으로 느끼는 중력은 10t 트럭처럼 미처 브레이크에 반작용으로 밀리고 또 밀린다. 달콤한 졸려움 알코올이 주는 위안을 고의적으로 사양하며 억지로 정신을 차려본다. 길거리에는 이니 은행알이 다 떨어지는데 아직도 에어컨이 열심히 돌아간다. 추울만도 헌데 썩 춥지 않고 썩 덥지도 않다. 독서의 계절, 식욕의 계절인데 난 또 열심히 먹고 더부룩한 배를 이끌고 집으로 돌아온다. 지하철은 여름철 피서지 가다. 가로 시로가 잘 닦여있고 심지어 넘 말끔하고 가지런하다. 나만 느슨하다. 고도의 초자본주의적임 길에 나스스로 무정부주의자 같아 보인다. 나의 퇴근길은 나의 나른한 오후같아 보인다. 그 나른한 오후를 넘고 넘어 집에 도착해 버렸다. 이정표를 넘어
꿈을 꾸어서 목적지에 도착해 버렸다. 오늘 밤으로의 여행은 몹시 덥고 어정쩡 했지만 난 어떤것도 부럽지 않은 나만의 여행이었다. 500ml의 호프가 만들어주는 찐 행복말이다. 그리 대단하지도 그리 소란스럽지도 내가 나에게 선물해주는 작은 파티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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