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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돼지 두루치기

by 링마이벨 2022. 8.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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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음식처럼 우리를 달래주고 나와 함께 있어주고 항상 주변에서 힘들었지만 내 곁에 있어주었던 그런 정겨움이 있는 것이 있었을까? 김치찌개처럼 때로는 두부찌개처럼 동태국처럼 항상 맛과 풍미 배고픈 속을 달래주고 든든하게 채워 주웠던 음식이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의 비만과 두터운 배를 유산으로 주기는 했지만 나는 항상 이 음식에게 경의를 표한다. 돼지찌개를 숭숭 썰고 그위에 양파, 깻잎, 콩나물, 양배추등을 맘대로 썰어놓고 그 속에 돼지고기를 한껏 숨겨놓아 지글 지글 긇여 밥이랑 먹고 다 먹은 후에는 후라이팬에 밥을 넣고 김을 넣고 비벼 먹으면 술안주 에 배고픔까지 일석이조로 완벽히 만족시키곤 한다. 밥 한숟가락에 소주 한잔을 떨어놓고 매운맛은 겉저리 김치 하나 입에 쏙 넣고 매운맛과 소주의 쓴맛이 하나의 조화로 이루어 지면서 입안에 매운 풍미가 돌면서 어느새 소주는 꿀걱 넘어가고 숙취가 매운맛과 살짝 오르게 된다. 이 얼마나 행복한 상상인가?  

이 두루치기를 같이 먹는 다는 것은 친하지 않으면 절친이 아니면 같이 공유할 수 없는 문화이기 때문이다. 광화문 다동에 있었던 청주식당이 최고의 두루치기로 두툼하게 썰은 목살을 아무렇게 가위로 썰어놓고 거기에 고추가루와 겉저리를 또 무심하게 썰어넣어 당면과 무, 고추, 깻잎을 썰어넣어서 너무도 맛있게 살살 볶고 들기름 둘둘 두르면 완성 너무도 맛있는 두루치기 완성 돼지고기는 너무나도 맛있다. 이만한 안주는 없다. 이만한 만찬은 없었다. 밥인듯 술인듯 술안주 인듯 함께 공유할 수 밖에 없는 음식, 공유할 수 밖에 없는 두루치기는 음식이 아니고 우리의 컨텐츠 였다. 밥처럼 음악처럼 항상 남의 이야기를 많이 듣게 해주는 음식이다. 입안 볼 터지게 한 숟갈 크게 넣고 우물 우물 씹으며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으며 경청할 수 밖에 없는 음식이었다. 입안 가득한 음식때문에 또는 입안 퍼지는 그 매운맛으로 인해 물만 찾게돼고 돼지는 우리에게 많은 행복을 주었다. 음식이기 전에 돼지의 단백질은 우리가 삶이 지치고 힘들때 나의 위장을 포만감으로 또는 든든하게 나의 공복을 메워 주었던 것이다. 금새 사라질 그 포만감은 불편하지도 않았고 거북하지도 않았다. 그저 잠깐 동안 멍하니 내 주의를 관찰하게 만들고 또 큰 힘을 내어서 우리 삶의 일들로 한발 한발 걸어 나갈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었다. 내 장기관이 그 얼얼함으로 그 포만감으로 모든 것을 순식간에 사라지는 몰입의 즐거움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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