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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신영복 담론 말미글

by 링마이벨 2017. 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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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형 생활 10년차의 재소자가 자살했습니다. 한밤중에 바로 옆
방에서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운동 시간에 주운 유리 조각으로 동맥
을 끊었습니다. 피가 응고되지 않도록 화광실 물독에 손목을 담그고
있었습니다. 출혈 때문에 갈증이 심했던지 그 피가 섞인 물독의 물
을 마셨습니다. 새벽넘이 되어 화장실에 들어가려던 사람이 발견하 고 놀라 소리쳤습니다. 얼굴은 물론이고 온몸이 핏물에 젖은 사체를
여러 사람이 화장실에서 들어냈습니다. 복도에 긴 핏줄을 그으며 들
려 나갔습니다. 옆방의 자살 때문이 아니더라도 나로서는 남한산성
의 혹독한 임사 체험에서부터 20년 무기징역을 살아오는 동안 수시 로 고민했습니다. 나는 왜 자살하지 않고 기약 없는 무기징역을 살 고 있는가?
내가자살하지 않은 이유는 ‘햇별’ 때문이었습니다. 겨울 독방 에서 만나는 햇볕은 비스듬히 벽을 타고 내려와 마룻바닥에서 최대의 크기가 되었다가 맞은편 벽을 타고 창밖으로 나갑니다. 길어야 두 시간이었고 가장 클 때가 신문지 크기였습니다. 신문지만 한 햇별을 무릎위에 받고있을때의 따스함은 살아있음의 어떤 결정이었습니다. 내가자살하지 않은 이유가 바로 햇볕때문이었습니다.
나는신문지 크기의 햇볓만으로도 세상에 태어난 것은 손해가 아니었습니다. 태어나지 않았다면 받지못할 선물이었습니다. 지금도 문득 그때의 했볕을 떠올립니다. 우리는 매일 40명이 자살하는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매년 1개 사단 병력이 넘는1만5만명이 자살합니다. 우리 사회의 수많은사람들이 헤어나지 못한 곤한 삶이 그처럼 혹독한 것이 사실이지만, 동시에 우리 사회가 가르치고 있는 삶이 어떤 것인가를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내가 자살하지 않은 이유가 햇볕이라고 한다면, 내가 살아가는 이유는 하루하루의 깨달음과 공부였습니다. 햇볕이 '죽지 않은 이유 였다면 깨달음과공부는 살아가는 이유였습니다 여러분의여정에 햇볕과함께 끊임없는성찰이 함께하기를 빕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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