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몸으로 자기를 지키지 못하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지만 말로 자기를 지키지 못하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몸을 사용하는 것보다는 말을 사용하는 것이 인간의 고유한 특징이기 때문이다. 만약 말의 그런 힘을 이용하는 자가 큰 해악을 끼칠것이라고 이의를 제기한다면, 우리는 미덕을 제외한 모든 좋음, 특히 체력, 건강, 부, 용병술같이 가장 유익한 것에 대해서도 똑같이 그런 이의를 제기할 것이다. 이런 것들을 잘 이용하면 큰 이익이 되고 잘못 사용하면 가장 큰 해악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사학은 특정부류의 주제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변증술처럼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유익한 기술임이 분명하다. 수사학은 설득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모든 경우에 설득 수단을 찾아내는 것이며, 이점은 다른 기술에서도 마찬가지임이 분명하다. 이를테면 의술의 목적은 환자의 건강을 회복시키는 것이 아니라 환자를 최대한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다. 건강을 회복시킬 수 없는 환자도 적절히 돌볼 수 있기 때문이다. 참된 증거와 겉모양만의 증거를 찾아내는 것은 수사학에 속하는 일임이 분명하다. 누군가를 소피스트로 만드는 것은 능력이 아니라 의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