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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여름밤 모기

by 링마이벨 2022. 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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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서가 지난지 한 이틀이 지났을까? 몇일전부터 저녁에 바람이 너무 차지고 밤에는 이불을 덮지 않으면 밤을 잘 수 없을 정도가 돼버렸다. 음력은 얼마나 정교하고 계절에 잘 들어맞는지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나무가 흔들리고 굳게 잠궜던 창문들을 열고 잠을 청하게 돼고 당연히 너무나 시원해진 바람에 저녁에는 이불도 안덮고 여름을 잊지 못하여 아침에 자고 일어나면 목이 칼칼하고 코감기 증상이 있어서 맹맹한 아침이다. 마루소파에서 잠을 잔 적이 많았는데 지금은 방안 침대에서 잠을 자게 돼었다. 유난히 에어컨에 의지해 지낸 여름날에 너무 힘들어 우리는 4계절이 아닌 열대지방에 사는건 아닌가? 길거리에는 바나나 나무와 야자수를 심어도 돼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이 찬바람에도 우리의 불청객 모기님께서는 나보다 여름에 대한 애착이 심해서인지 도저히 여름을 보낼 생각이 없는 듯하다. 낮에는 없다가 잠만 이루려고 하면 갑자기 게릴라처럼 아니면 밤에 저격수다. 윙윙대고 온 신경을 곤두서게 하다가 박쥐처럼 숨어 지내다 무도회에 나타나는 한 여름밤의 술주정뱅이 처럼 느껴진다. 늦여름 모기는 독이 바짝 올라 있다. 맹독을 지닌 뱀처럼 여름에 고생한 인간에게 마지막으로 알지못할 백신을 주는 것일까? 아니면 증오를 이 늦은 여름밤 토해내는 것일까? 그 독함은 가슴속에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 올여름 너의 상처로 인한 것인지 궁금하기는 하다. 너에게 만찬을 제공하고 싶지만 나의 육신도 지난여름에 너무 힘들어서 나 또한 지쳐있어서 그러니 니가 이해해 주길 바란다. 너에게 관용을 베풀고 싶지만 관용은 나랑 어울리지 않아서 미안하다. 내가 넘 잔인하지! 나는 그 전기 tennis 라켓으로 그 소리를 듣고 싶지 않지만 우리도 너무 지쳐 있어서 그러니 이애해 주길 바란다. 공기를 가르는 너의 그 우렁찬 소리는 가끔 날 너무 짜증스럽게 만드는 것도 사실이야! 미안 하지만 말이야! 

우리는 이번 뜨거운 여름을 같이 보내기도 했지만 이 가을은 너랑 헤어지고 싶다. 이번 초겨울까지 내 주변에서 배회하지는 마라!  너로 인해 잠못이룬 밤은 많았지만 몇일 또 몇일이 지나면 내가 아마도 너를 그리워 할 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말이다. 이쯤에서 우리 헤어지자! 창문 틈사이로 빠져서 이 방에서 나가 주기를... 너의 부재가 여름을 생각할 수 있다면 이번 계절이 지나가고 다른 계절이 온다면,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할지를 알지 못하지만 나의 미래는 너의 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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