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ulture

동지(冬至)

by 링마이벨 2021. 12. 22.
반응형

 왜 우린 그립다거나 누군가를 이야기 할때 동짓달로 이야기 할까? 물리적으로 밤이라는 시간이 길어서 잠 못드는 밤이 길어서 또는 아무것도 할 것이 없어서 먹고 살기 어려운 시절에 일찍 불을 꺼야 기름도 아끼고 초도 아끼고 절약을 해야 할 것이다. 오죽하면 한석봉이 불을 끄고 글을 쓰고 떡을 쏠고 얼마나 불빛이 있으나 마나 했을지 말이다. 자연현상을 읽고 그 반복을 지금의 과학으로 해석하기도 어려웠을 그 때에 어둠이 길다는 것은 얼마나 공포이고 얼마나 두려움의 시간 이었을까? 하루를 2시간씩 끊어서 시간을 지칭하던 때에 시간을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고 이러한 가늠할 수 없는 어둠의 시간들에 대해서 인식들이 얼마나 시시각각 살아나서 얼마나 어려웠을 듯 하다. 낮은 이성이 지배하고 밤은 아마도 감성이 지배하던 그 기본적인 맥락은 비슷했을 것이고 많은 상상의 날개를 펴 보았을 듯 하다. 아마도 해시계, 물시계가 도입된 때가 조선시대라면 조선시대 그 시계가 발명돼기 이전에 시간의 개념은 어떻게 정의 돼어졌을까? 아마도 새털같은 날, 모든 일상들이 치열해지기는 마찬가지인터 그런 동지날에 겨울날에 이르렀다라는 이말이 너무 와닿는다. 벌써 날은 추워지고 일교차는 심해지고 산짐슴들은 또 얼마나 배가 고팠을 것이고 그들의 배고파 울부 짓는 소리는 아마도 공포로 다가왔을 것이고 본격적인 겨울의 문턱으로 들어갔다고 생각했던 절기였던 것 같다. 아마도 공포가 엄습하고 배도 고프고 일찍 어두워져 이미 생활이 어려워졌 것이고 아마도 이러한 공포에 대비해 팥죽이라는 완충제를 생각해 낸것이다. 추위와 먹을 것도 많지 않았을 것이고 맛있는 팥죽 한그릇 먹고 일찍 자라는 신규아이템 팥죽이 찾아온 것이다. 

 12월 22일은 동지, 글자 그대로 ‘겨울에 이르렀다’는 뜻으로 태양이 가장 남쪽으로 기울어져 겨울 밤이 일 년 중에서도 제일 길다는 날이다. 동지가 지나면 낮 길이가 길어지기 때문에 옛사람들은 태양이 기운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여 동지를 ‘작은 설날’로 삼기도 했었다. 이날은 새알 모양의 떡을 넣은 붉은 팥죽을 쑤어 먹고, 팥죽 국물은 역귀(疫鬼)를 쫓는다 하여 벽이나 문짝에 뿌리는 풍속이 있다. 동짓날 팥죽을 쑤게 된 유래는 중국의 「형초세시기」에 공공씨의 아들이 동짓날에 죽어서 역신(疫神)이 되었는데 그 아들이 평상시에 팥을 두려워하였기 때문에 사람들이 역신을 쫓기 위해 동짓날 팥죽을 쑤어 악귀를 쫓았다는 기록이 전해온다(장영순, 한국의 여속, 1969). 우리 나라에서 동짓날 팥죽을 쑤어 액막이를 해온 풍습은 고려때 부터였다고「동국세시기」에 소개돼있다. 후∼후∼ 불어 먹으며 동짓날 긴긴밤을 풍요롭게 했던 팥죽의 영양학적 풍요도는 어떨까?

팥에는 전분이 약 55%, 단백질이 20%나 들어 있어 쌀밥을 주식으로 하는 한국인에게 부족하기 쉬운 라이신(lysine)등 아미노산이 균형 있게 포함되어 있다. 또한 팥에는 비타민 B1, B2가 많아 탄수화물 대사를 순조롭게 한다. 특히, 비타민 B1은 피로회복에도 용이한데, 이는 당질이 근육내에 축적되면 피로해지기 쉬운데 이때 비타민 B1이 당질을 에너지로 변화시키므로 피로회복을 돕는 것이다. 더불어 비타민 B1은 지방을 분해하여 에너지화하는데 필요한 영양소이므로 체내 피하지방의 축적을 방지하여 다이어트에도 도움을 준다. 팥에는 칼륨과 섬유소 또한 다량 함유되어 있는데 칼륨은 체내에서 필요없는 여분의 나트륨을 배설시켜 혈압을 낮춰주고 이뇨를 촉진하여 부기를 해소하고 팥의 섬유소는 변통을 촉진하여 변비를 해소하게 한다. 그 밖에 떫은 맛의 일종인 사포닌, 팥 고유의 붉은색을 띠게 하는 안토시아닌 성분이 또 다른 영양적 열쇠를 쥐고 있다. 사포닌은 혈전을 용해하여 혈류를 용이하게 하는데 안토시아닌 역시 혈관을 튼튼하게 해주며 물체를 볼 수 있게 해주는 색소인 로돕신의 재합성을 활발하게 해서 망막 기능이나 야간의 시야를 향상시키는 등의 작용을 한다. 한 해의 액막이를 해온 동짓날의 「붉은색」 풍습은 역신을 쫓았는가 하면 질병을 쫓기도 한 샘이다. 심청이 눈먼 아버지를 두고 팔려가면서 ‘이제 내가 가면 우리 사당에 보름, 한식, 추석, 동지 차례상은 누가 차려 올리냐’며 울었다 한다. 큰 명절은 아니라도 빠뜨릴 수 없는 것이 동지였기 때문이리라. 그런 동지가 요즘은 제 나이만큼 옹심이를 먹는 것도 이젠 잊혀진 풍습 중의 하나로 남겨진 듯하다. 날이 샐 시간도 그저 아득하기만 그 기나긴 동짓날 밤! 무쇠 솥에 껍질까지 흐물흐물해지도록 삶은 팥죽, 그 속에 찹쌀로 동그랗게 새알 모양으로 빚은 옹심이, 사르르 얼음이 언 동치미 한 사발이 함께 한다면 보다 훈훈한 밤이 되지 않을까 싶다.

가끔 어둠이 빛 보다도 편하고 익명이 실명보다 편할때가 있지 않을까! 그런날이었나 보다. 동짓날이란게 편한 옷처럼 일찍 어두워지고 한편으로는 편히 잘 수 있는 생활의 여유도 해뜨면 해질때까지 일해야 한다는 그런 생활의 루틴에서 좀더 쉴 수 있는 여유를 주지 않았을까? 동지는 사실 겨울로 가는 여정에 두려움과 긴장감을 한 번 해소시켜 주는 역할을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절기란 사실 수천년을 거쳐온 우리 민족만의 생활 주기인것이다. 그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 극복할 수 있는 지혜를 배울 수 있다. 문학적으로 본다면 동지는 사실 문학적인 상상력과 여러 문학적 결과들을 낳을 수 있을 것이다. 일식과 월식이 주는 자연적인 지혜와 더불어 그 지혜로부터 얻을 수 있는 신비함이 풍속이라는 부분과 결합해 끊임없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왔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이다. 인도의 경전이 단순히 암기에 의해서 지금에 이르러 왔다는 그 단순함이지만 사실은 뉘앙스, 어감 하나 빠지지 않고 지금까지도 입에서 입으로 기억에 의해서 계승됐다는 것이 나는 그저 놀라울 뿐이다. 인간의 능력이란 결코 끝이 없어 보이는 이유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