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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하나의 이야기

by 링마이벨 2019. 6.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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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주민등록증을 가지고 싶었던 때가 생각난다. 내가 태어난 곳은 아주 크지도 않고 또 넓지도 않은 그냥 욕심없는 사람들이 하루 하루 살아가던 강원도 홍천의 작은 면소재지였다. 도회지의 그 선선한 느낌마저도 아주 작은 시골의 작은 읍내에서 바라볼 수 있었던 그냥 작은 마을 이었다. 목표도 없고 구지 욕심마저도 없는 그런 동네에서 나는 태어났다. 그리고 춘천으로 고등학교를 다니게 되었고 그 또래들과 같이 80년대의 고등학교를 다녔었다. 약사리 고개에서 자취를 하게 되었고 춘천의 겨울은 내게는 너무나도 가혹하고 추웠다. 살을 에이는 추위는 항상 나의 방과 부엌 어디에든 서릿발과 같은 추위로 곳곳에 남아있었다. 방안에는 덩그러니 비키니 옷장이 하나 있었고 화석같은 책상과 쌀통 라면박스 작은 밥상 그리고 부엌에는 심지가 들어올려지고 끄을름이 마치 물안개처럼 피어오르던 그때의 기억들이 방과 부엌을 채워주고 있었다. 무엇하나 부러울것 없었고 누구하나 뭐라고 참견하는 사람도 없었다. 그냥 춘천역에서 매일 들리는 기적소리를 들으며 향수병으로 몹시 외로웠던 나날들이었던것 같다. 벽이 누렇게 들떠서 담배를 피워대던 친구들은 그때의 벽지만큼이나 이제 나이가 들었으리라! 지금 생각하면 정말로 중요한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이제는 먼저 세상를 등져버린 친구들도 하나둘씩... 빨래줄에 빨래가 사라져 버리는것을 보며 누군가 우리집에 살고 있는것이 느껴지고 생각해본다. 만약 그렇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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